노벨 경제학상 다론 아세모글루, AI 일자리 종말론 신중론… 데이터에 흔적 없어
2024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다론 아세모글루(Daron Acemoglu)가 MIT Technology Review 'The Algorithm' 인터뷰에서 AI가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종전의 신중론을 재확인했다. 그는 노벨상을 받기 몇 달 전 발표한 논문에서 AI가 미국 생산성을 소폭만 끌어올리고 인간 노동을 대체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특정 작업의 자동화에는 능하지만 어떤 직업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 견해는 실리콘밸리에서는 인기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2년 사이 'AI 일자리 종말' 담론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집회부터 식료품점 줄에서 오가는 대화까지 곳곳에서 퍼졌다. 캘리포니아 주지사 후보 한 명은 지난주 기업의 AI 사용에 세금을 매기고 'AI로 인한 해고' 피해자에게 보상하겠다는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아세모글루는 데이터가 여전히 자신의 편이라고 본다. 여러 연구들이 AI가 고용률이나 해고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고 있지 않다고 반복해서 확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임박한 범용인공지능(AGI)이 아니라면 지금 지켜봐야 할 신호 세 가지를 짚었다.
첫째는 AI 에이전트다. 챗봇을 넘어 스스로 목표를 수행하는 도구로 진화하면서 기업들이 에이전트를 인간 노동자의 일대다 대체재로 마케팅하고 있지만, 아세모글루는 이를 '지는 게임(losing proposition)'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에이전트를 사람의 업무 전체가 아니라 특정 작업을 보강하는 도구로 보아야 한다고 했다. 2018년부터 그가 연구해 온 한 가지 사례는 30가지 작업을 동시에 다루는 엑스레이 기술자다. 사람은 환자 병력 청취부터 유방 촬영 이미지 정리까지 형식·데이터베이스·작업 스타일을 자연스럽게 오가지만, 같은 작업을 하려면 AI가 얼마나 많은 도구와 프로토콜을 갖춰야 할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에이전트가 인간이 자연스럽게 수행하는 작업 간 오케스트레이션을 따라잡지 못한다면 많은 직업은 AI 대체에서 비켜갈 것이라고 봤다.
둘째는 AI 기업들의 사내 경제학자 채용 붐이다. OpenAI는 2024년 듀크대학교의 로니 채터지(Ronnie Chatterji)를 수석 경제학자로 영입했고, 지난해 그가 하버드 경제학자이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자문이었던 제이슨 퍼먼(Jason Furman)과 함께 AI와 일자리 문제를 연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앤트로픽은 주요 경제학자 10명으로 구성된 그룹을 꾸렸고, 구글 딥마인드는 지난주 시카고대학교 경제학자 알렉스 이마스(Alex Imas)를 'director of AGI economics'로 영입했다고 알렸다.
아세모글루는 이러한 흐름이 일자리 우려에서 비롯된 대중의 회의론을 의식한 결과라고 본다. AI 기업들이 자기 기술을 둘러싼 경제적 서사를 형성할 강한 동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AI 기업들이 자신들의 관점이나 과장된 기대를 강화하기 위해서만 경제학자에게 관심을 두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며, AI 영향에 관한 영향력 있는 연구가 가장 큰 이해관계자에게서 나오게 되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했다.
셋째는 AI 앱의 사용성이다. 그는 과거 PC 혁명을 가능케 한 PowerPoint나 Word를 예로 들며, '누구나 자기 컴퓨터에 설치해 원하는 일을 시킬 수 있어 빠르게 확산됐다'고 했다. 반면 'AI 기반의 비슷한 사용성을 가진 앱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누구나 평이한 언어로 챗봇과 대화할 수는 있지만, 평균적인 노동자가 실용적이고 생산적인 사용에 도달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며, 이것이 AI가 아직 노동시장이나 경제에 큰 충격을 주지 못한 이유 가운데 하나라는 설명이다.
그는 한동안 상반된 증거가 공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학 졸업생들이 취업 시장이 점점 나빠진다고 토로하는 일화가 늘어나는 동시에, 거시 데이터에서는 AI의 생산성 효과가 뚜렷이 잡히지 않는 식이다. '엄청난 불확실성이 있다'며, 지금 AI 경제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수사의 확신과 그 외 모든 것에 대한 불확실성이 공존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