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닛산, 신차 설계에 AI 본격 도입… GM은 Vizcom으로 수 시간 3D 모델링, JLR은 Neural Concept으로 공력 4시간→1분
더 버지(The Verge)가 자동차 산업이 통상 5년 이상(약 60개월) 걸리는 신차 디자인·개발 사이클을 줄이기 위해 AI 활용을 가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 2기가 EV 인센티브를 폐지하고 관세·수출입 규제를 강화한 데 더해 에이전트 AI 붐이 맞물리며, GM·닛산·재규어 랜드로버(JLR) 등 완성차 업체들이 디자인부터 전산유체역학(CFD), 소프트웨어 코드 생성까지 워크플로 전반에 AI를 투입하고 있다.
GM에서는 디자인 단계에 AI가 우선 투입됐다. GM 크리에이티브 디자이너 댄 샤피로(Dan Shapiro)는 상용 도구 Vizcom에 손으로 그린 스케치를 입력해, 과거 "여러 팀이 수개월"에 걸쳐 만들던 3D 모델과 애니메이션을 단 몇 시간 만에 완성하는 워크플로를 시연했다. 한 셰비(Chevy) 콘셉트카는 "이 셰비 콘셉트 차량의 다이내믹한 액션 샷을 만들어달라… 텅 빈 고가 도로, 현대적 도시"라는 프롬프트만으로 사이버펑크풍 영상으로 구체화됐다.
일부 반복에서 수직 휠 커버가 사라지는 문제는 프롬프트 몇 차례 수정과 재렌더링으로 해결됐다. 다만 이 애니메이션은 사내 무드보드 용도로만 쓰이며, 샤피로는 "우리는 여전히 뷰익(Buick), GMC, 캐딜락(Cadillac), 그리고 이번 경우엔 셰비(Chevy)다움이 무엇인지 결정하는 수도승"이라고 강조하며 인간 디자이너의 주도권을 재확인했다.
공기역학 시뮬레이션 영역에서는 스위스 기업 Neural Concept이 2018년부터 신경망을 전산유체역학(CFD)에 접목해왔다. 슈퍼컴퓨터로 수 시간 걸리던 작업이 Nvidia GPU에서 몇 분 만에 끝난다. 공개된 고객사로는 윌리엄스 레이싱(Williams Racing) F1 팀이 있고, 재규어 랜드로버(JLR)도 적극 활용 중이다. 올해 Nvidia GTC에서 JLR 수석 기술 스페셜리스트 크리스 존스턴(Chris Johnston)은 "이전에 4시간 걸리던 공력 작업이 1분 만에 완료된다"고 밝혔다.
GM도 자체 'AI 기반 가상 풍동(virtual wind tunnel)'을 개발 중이다. GM R&D의 테크니컬 펠로우 겸 랩 매니저 스콧 패리시(Scott Parrish)는 "거의 즉각적인 항력(drag) 예측을 제공하는 AI 모델을 만들었다"며,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차체 표면을 직접 변형하면 실시간에 가까운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디자이너가 모델을 CFD 엔지니어에게 넘긴 뒤 며칠~몇 주 결과를 기다려야 했지만, 이제는 디자이너가 빠르게 3D 모델을 산출해 CFD 작업이 더 일찍 시작되는 반복형 협업으로 바뀌고 있다. Neural Concept CEO 겸 공동창업자 피에르 바케(Pierre Baqué)는 "강력한 인간 감독 아래 자동차를 설계하는 자율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며 "가치는 AI 속도와 인간 판단의 결합에서 나오지, 인간을 빼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영역에서는 닛산이 코드 생성·자동화에 집중하고 있다. SDV를 총괄하는 닛산 경영진 다카시 요시자와(Takashi Yoshizawa)는 단위 테스트 같은 단순 작업을 자동화하는 코드 생성 도구가 "개발 속도와 품질을 모두 개선한다"고 밝혔다. 닛산은 미국 시장 모멘텀 회복을 위해 신차 개발 기간 30개월 목표를 추진 중이다.
AI가 인력에 미칠 영향에 대한 시각은 갈렸다. GM 글로벌 디자인의 디자인 혁신·기술 운영 책임자 브라이언 스타일스(Bryan Styles)는 "많은 사람이 우려하는 지점이지만, 우리는 사람들이 GM에 들어온 본래의 일을 할 수 있도록 AI를 활용하고 있다"며 인력 감축 우려를 부정했다. Neural Concept의 바케도 "우리 플랫폼은 엔지니어링 팀을 보강하기 위한 것이지, 줄이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토리노 IAAD(Istituto di Arte Applicata e Design) 교수이자 전직 자동차 디자이너인 마테오 리카타(Matteo Licata)는 "디자인 스튜디오 일자리가 즉각 사라지진 않더라도, 이 정도 생산성 향상이 어떤 식으로든 인력에 영향을 주지 않을 거라 믿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AI 이전에도 자동차 디자이너로 진입하기가 매우 어려웠는데, 앞으로 더 힘들어질 것"이라며 학생들에 대한 우려를 덧붙였다.
활용 사례 일부는 부작용도 낳았다. 닷지(Dodge)는 최근 자사 인기 차종의 "20년 전 가족 사진"이라며 AI 생성 이미지를 게시했지만 실제 차량과 거의 닮지 않아 비판을 받았다. GM의 디자인 AI는 차세대 신차에 이미 적용됐으나 출시 시점은 비공개이며, 닛산의 30개월 신차 개발 목표 결과는 2029년 시장에서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