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 블러드' 저자 존 캐리루 등 작가들, 6대 AI 기업 상대로 새 저작권 소송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사기극을 폭로한 베스트셀러 '배드 블러드(Bad Blood)'의 저자 존 캐리루(John Carreyrou)를 비롯한 저명 작가들이 6개 주요 AI 기업을 상대로 새로운 저작권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은 대형언어모델(LLM) 학습 과정에서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저작물이 무단으로 사용됐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원고 측은 AI 기업들이 자신들의 창작물을 학습 데이터로 활용하면서 정당한 보상이나 동의 절차 없이 상업적 이익을 추구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번 소송의 배경에는 Anthropic이 제안한 집단소송 합의안에 대한 작가들의 거부가 자리하고 있다. 캐리루를 포함한 원고들은 "LLM 기업들이 수천 건의 고가치 청구를 헐값에 소멸시켜선 안 된다"며 합의안을 거부하고 독자적인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들은 집단소송 합의가 개별 저작권자들의 실질적 피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며, AI 기업들에게 지나치게 유리한 조건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움직임은 저작권자들이 보다 강력한 법적 보호와 공정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소송은 콘텐츠 창작자와 AI 개발자 간의 지적재산권 긴장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 최근 몇 년간 뉴욕타임스, 게티이미지, 음악 출판사 등 다양한 권리자들이 AI 기업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해왔다. 그러나 이번처럼 유명 논픽션 작가가 직접 나서서 합의를 거부하고 새로운 소송을 제기한 것은 저작권자들의 대응이 더욱 조직화되고 강경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배드 블러드'처럼 높은 상업적 가치를 지닌 저작물의 경우, 저작권자가 더욱 적극적으로 권리를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AI 업계 입장에서는 이번 소송이 학습 데이터 확보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요구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AI 기업들은 공개된 인터넷 데이터를 학습에 활용하는 것이 공정 이용(fair use) 원칙에 부합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법원이 저작권자들의 손을 들어줄 경우, AI 기업들은 학습 데이터 사용에 대한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거나 저작권이 없는 데이터만 활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이는 AI 개발 비용의 급격한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소송의 결과가 향후 AI 산업의 저작권 관행에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개별 저작권자가 집단소송 합의를 거부하고 독자적 소송을 진행한 사례가 성공할 경우, 다른 창작자들도 유사한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는 AI 기업들이 개별 저작권자들과 수많은 소송을 동시다발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AI 기업들이 승소할 경우, 공정 이용 원칙의 적용 범위가 AI 학습 데이터까지 확대되는 중요한 판례가 만들어질 것이다.
한편 일부 AI 기업들은 이미 저작권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OpenAI는 일부 언론사 및 출판사와 콘텐츠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으며, Adobe는 자체 생성형 AI 학습에 라이선스가 확보된 데이터만 사용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개별 계약만으로는 수많은 저작권자들의 우려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소송은 AI 시대에 저작권 보호와 기술 혁신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으며, 그 답은 법원의 판결과 향후 입법 논의를 통해 점차 구체화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결국 저작권자와 AI 개발자 간의 새로운 협력 모델을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방적인 데이터 수집이나 과도한 법적 분쟁 대신, 공정한 보상 체계를 갖춘 데이터 라이선스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고품질 저작물의 경우 저작권자가 AI 학습 데이터 제공에 대한 적절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된다면, 양측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 존 캐리루와 같은 저명 작가들의 법적 도전은 이러한 새로운 생태계 형성을 촉진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