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반-Woke AI' 행정명령 서명… 연방 AI 조달에 이념 중립 의무화
트럼프 대통령이 7월 23일 '연방정부 내 깨어난 AI 방지(Preventing Woke AI in the Federal Government)'라는 제목의 행정명령 14319호에 서명했다. 이 행정명령은 연방정부가 조달하는 대규모 언어모델(LLM)이 '진실 추구(Truth-seeking)'와 '이념적 중립성(Ideological Neutrality)' 두 가지 원칙을 준수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를 '출력 품질과 정확성을 왜곡하는 가장 파괴적인 이데올로기'로 규정한 것이 핵심이다.
행정명령이 정의한 '편향되지 않은 AI 원칙(Unbiased AI Principles)'은 두 축으로 구성된다. 진실 추구 원칙은 LLM이 역사적 정확성과 과학적 객관성을 최우선에 두고, 정보가 불완전하거나 모순될 경우 불확실성을 솔직히 인정하도록 요구한다. 이념적 중립성 원칙은 AI가 중립적이고 초당파적 도구로 작동해야 하며, 개발자가 최종 사용자에게 접근 불가능한 방식으로 정치적·이념적 판단을 모델에 내장하는 것을 금지한다.
백악관은 행정명령의 근거로 구체적인 AI 편향 사례를 제시했다. 한 AI 모델이 교황,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 바이킹 등 역사적 인물의 인종이나 성별을 임의로 변경한 사례, 백인의 업적을 축하하는 이미지 생성을 거부한 사례, 그리고 핵 종말을 막기 위해 필요한 상황에서도 '잘못된 성별 호칭 사용(misgendering)'을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한 AI 모델 사례가 포함됐다.
행정명령의 이행 구조는 예산관리청(OMB) 국장을 중심으로 설계됐다. 서명일로부터 120일 이내에 OMB 국장이 연방기관에 구체적인 이행 지침을 발급해야 하며, AI 벤더와의 계약 조건에 원칙 준수 조항을 포함시키도록 했다. 벤더가 원칙을 준수하지 않아 계약이 종료될 경우, 관련 비용을 해당 벤더가 부담하는 조항도 명시됐다.
다만 이번 행정명령의 직접적인 적용 범위는 연방정부의 AI 조달에 한정된다는 점에서 민간 부문에 대한 즉각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등 주요 AI 기업들이 연방정부를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어, 정부 조달 기준이 사실상 업계 표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브루킹스 연구소는 이번 행정명령이 "AI를 정치화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이번 행정명령은 트럼프 행정부가 올해 추진한 일련의 DEI 관련 조치의 연장선에 있다. 1월에는 바이든 전 대통령의 AI 정책을 폐지하고 연방기관 DEI 프로그램을 종료했으며, 3월에는 외교관 대상 DEI를 제거했다. 같은 날인 7월 23일에는 데이터 인프라 구축 및 미국 AI 기술 수출 촉진에 관한 별도의 행정명령에도 서명해, AI 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이념 통제'라는 이중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행정명령이 AI 거버넌스 논의에 새로운 변수를 추가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AI 모델의 편향성 완화는 학술적·기술적으로 중요한 과제였으나, 이제 정치적 정의에 따라 '편향'의 기준 자체가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 됐다. 향후 OMB의 이행 지침이 어떤 수준으로 구체화되느냐에 따라 연방 AI 조달 시장의 판도가 크게 바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