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시리가 주변을 '보게' 하는 카메라 탑재 에어팟 직원 대상 막바지 테스트
애플이 시리가 착용자의 주변을 '볼' 수 있도록 카메라를 탑재한 에어팟을 개발해 막바지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블룸버그의 마크 거먼에 따르면 이 제품은 애플의 'AI 기기 추진' 전략의 일환으로, 현재 애플 직원들을 대상으로 시험되고 있다.
다만 익명을 요청한 한 소식통은 와이어드에 애플이 카메라 에어팟 출시를 미룰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하드웨어는 준비됐지만 시리의 시각 지능이 아직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경영진은 뚜렷한 활용 사례 없이 이어폰에 카메라를 다는 것이 상당한 프라이버시 위험을 낳는다고 우려한다는 것이다. 기존 에어팟 사용자마저 '지금 나를 녹화하고 있나'라는 의심을 살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블룸버그는 이 에어팟이 저해상도 카메라를 넣기 위해 줄기(스템) 부분이 더 커졌다고 전했다. 카메라는 스마트 글래스처럼 사진이나 영상을 찍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음성 요청에 시각적 맥락을 더해주는 '시리의 눈' 역할을 한다. 거론된 활용 사례로는 주변 지형지물을 이용한 길 안내, 식료품 쇼핑을 돕는 음식 인식 등이 있다.
무어 인사이트 앤 스트래티지의 수석 애널리스트 안셸 사그는 "시각 기반 위치 파악이 가장 분명한 용도"라며 "매우 수동적인 경험이어야 하고, 그래서 GPS를 보정하는 위치 정확도 향상에 쓰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구글도 곧 선보일 스마트 글래스에서 구글 맵스 도보 길 안내 시 방향을 파악하는 데 카메라를 활용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의 부사장 피터 리처드슨은 냉장고 앞에 서서 AI 비서에게 저녁 메뉴를 묻는 상황을 예로 들었다. 그는 애플 워치와 결합하면 시각 정보가 시리를 더 직관적으로 만들 수 있다며, "내가 패딩턴역에서 뛰고 있다면 기차 시간에 늦은 것일 수 있으니 전화를 연결하지 않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9to5mac은 적외선 기능까지 더해지면 시각장애인을 위한 애플의 이미지 익스플로러와 보이스오버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봤다. 거먼은 시각 데이터가 클라우드로 전송될 때 '작은 LED 표시등'이 켜질 것이라고 전했다.
카메라 에어팟의 더 큰 의미는 실제 세계의 데이터 확보에 있다. 애플의 인기 액세서리가 2026년판 구글 스트리트뷰 차량처럼 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애플은 오픈AI의 GPT나 구글의 제미나이에 맞설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이 없어 두 회사와 제휴하고 있는데, 사그는 "애플이 여전히 자체 모델을 개발할 것이고 이 데이터가 그 바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프라이버시를 중시해온 애플에게는 매우 어려운 줄타기라고 덧붙였다.
애플은 제미나이를 자사 제품에 탑재하기로 구글과 계약을 맺었다. 리처드슨은 이 경우 애플이 업계 최고 수준의 개인정보 정책을 지키려면 철저한 익명화와 '근본적인 데이터 정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방안은 저해상도 영상을 기기에서, 즉 이어폰이나 아이폰에서 직접 처리해 기본적인 맥락 단서로만 활용하는 것이다. 무거운 요청은 애플의 서버 기반 AI인 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트가 맞춤형 애플 실리콘 서버에서 종단 간 암호화로 처리한다.
카메라 에어팟은 오래 소문이 돈 애플 안경으로 가는 디딤돌이기도 하다. 애플 안경은 카메라 두 대를 내장해 출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옴디아의 수석 애널리스트 키란 주는 에어팟이 "휴대폰보다 맥락을 더 잘 인식하면서도 안경보다 가볍고 친숙할 수 있다"며 애플의 '폭넓은 공간 컴퓨팅 전략'에 자연스럽게 들어맞는다고 평가했다.
더 냉소적인 시각도 있다. 애플이 경쟁사를 따돌리기 위해 각종 웨어러블 특허를 확보하려 현금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주에 따르면 레노버가 후원하는 광판 테크놀로지, 바이브렌즈(선전 루이바오 인텔리전트 테크놀로지), 모진 등 중국 기업들은 이미 카메라를 단 이어폰과 헤드셋을 출시했거나 검토하고 있다. 사그는 올해 애플을 모방한 카메라 에어팟이 나오지 않더라도 내년 CES에는 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