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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2026년 3월 25일 PM 07:48

Arm, 창사 이래 첫 자체 칩 'AGI CPU' 전격 발표…데이터센터 시장 판도 흔든다

반도체 설계의 대명사 Arm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자체 칩을 생산한다. 그동안 Apple, Nvidia, Qualcomm 등에 칩 설계를 라이선스하는 사업 모델로 '지구상 인간 1명당 Arm 칩 3개'라는 압도적 생태계를 구축해온 이 회사가, 이제 직접 실리콘을 만들겠다고 나선 것이다. 칩 이름은 'Arm AGI CPU'. CEO 르네 하스(Rene Haas)는 WIRED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우리는 IP 기업에서 컴퓨트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했다"며 이번 결정의 배경을 밝혔다.

Arm AGI CPU는 데이터센터 서버 시장을 겨냥한 제품으로, 첫 고객으로 Meta가 확정됐다. 이 외에도 SK하이닉스, Cisco, SAP, Cloudflare가 초기 고객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스 CEO는 Meta가 에어쿨링 랙에서 이 칩을 사용할 예정이며, Cloudflare처럼 Amazon의 Graviton 칩을 살 수도, 자체 칩을 만들 여력도 없는 기업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데이터센터용 Arm CPU 시장 자체가 "소외된 시장(underserved market)"이라며 기회를 강조했다. 제조는 TSMC가 맡고, Super Micro와 Foxconn이 서버 레퍼런스 디자인을 공동 개발한다.

이 칩의 최대 강점은 극한의 에너지 효율이다. 하스 CEO는 "이 회사는 배터리와 모바일폰용 칩을 만들면서 태어났다. 효율성에 대한 마인드셋이 있다"며 "AI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 문제를 고려하면, 세계에서 가장 전력 효율이 높은 서버 CPU를 만드는 것은 엄청난 가치"라고 설명했다. 또한 에이전틱 AI(Agentic AI) 워크로드에 특화된 설계를 강조하며, "GPU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에이전트가 데이터센터에서 실행될 때는 훨씬 더 많은 CPU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는 이 결정이 기존 파트너사들과의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겠느냐는 점이다. Arm이 Nvidia, Qualcomm, Amazon 등 자사 설계를 라이선스해온 기업들의 직접적인 경쟁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스 CEO는 "Nvidia보다는 Intel과 AMD가 더 불편해할 것"이라며, x86 아키텍처 진영에서 시장 점유율을 가져오는 것이 핵심 목표임을 시사했다. 그는 Microsoft가 Surface로 Windows 생태계를 키우고, Google이 Pixel로 Android를 발전시키는 사례를 들며 플랫폼 기업이 직접 제품을 만들면 생태계 전체가 이득이라는 논리를 폈다.

Arm은 백엔드 설계와 구현, 서브시스템 작업을 담당하는 그룹에 약 2,000명의 엔지니어를 충원했다. 이들 전원이 이 칩에만 투입된 것은 아니지만, 기존 '컴퓨트 서브시스템' 기술의 85%를 활용해 개발 리스크를 크게 줄였다고 밝혔다. 하스 CEO는 "보통 칩이 제대로 되려면 2~3세대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이 칩의 기반 기술은 이미 다른 파트너 제품에서 실리콘으로 검증됐다. 첫 제품부터 양산 후보가 될 자신감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한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SoftBank 손정의 회장과 어떤 날은 하루 10~12차례 통화할 정도로 긴밀한 관계이며, 이번 결정은 CEO로서의 독립적 판단임을 강조했다.

지정학적 불확실성, 메모리 부족, 거시경제 불안 등 현재 반도체 시장의 불안 요소에 대해 하스 CEO는 "1984년 Texas Instruments에서 첫 직장을 시작했을 때는 반도체 호황기였지만, 이듬해 레이건 행정부의 국방비 삭감으로 상황이 급변했다"며 "뭔가를 하기에 좋은 때란 없다. 나쁜 때도 없다. 그냥 해야 한다(You've just got to do it)"는 소신을 밝혔다. 그는 Arm AGI CPU를 "첫 번째 제품일 뿐, 이제 시작"이라고 선언하며, 이 칩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기존 IP 사업의 안정성에는 영향이 없다고 자신했다. Arm의 이번 도전이 Intel·AMD 중심의 x86 데이터센터 시장에 균열을 낼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