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구글·메타, 데이터센터 전력난에 대규모 천연가스 발전소 경쟁 건설… 터빈 가격 195% 급등
AI 열풍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를 폭발적으로 끌어올리면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천연가스 발전소 건설에 앞다투어 뛰어들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화요일 셰브론(Chevron) 및 엔진 넘버 원(Engine No. 1)과 협력해 텍사스주 서부에 최대 5기가와트(GW) 규모의 천연가스 발전소를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같은 주에 구글도 크루소(Crusoe)와 함께 텍사스주 북부에 933메가와트(MW) 규모의 천연가스 발전소를 건설 중이라고 확인했다. 메타는 지난주 루이지애나주 하이페리온(Hyperion) 데이터센터에 천연가스 발전소 7기를 추가해 총 용량을 7.46GW로 늘렸다. 이는 사우스다코타주 전체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이들 투자는 세계 최대 천연가스 매장지가 밀집한 미국 남부에 집중되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최근 한 지역의 매장량만으로도 미국 전체에 10개월간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고 추산한 바 있다. 사실상 모든 데이터센터 운영업체가 이 자원을 확보하려 경쟁하고 있는 셈이다.
천연가스 발전소 핵심 장비인 터빈의 수급난도 심각하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우드맥킨지(Wood Mackenzie)에 따르면, 터빈 가격은 올해 말까지 2019년 대비 195% 상승할 전망이다. 터빈 등 설비는 발전소 건설 비용의 20~30%를 차지한다. 신규 주문은 2028년까지 불가능하며, 납품까지 6년이 걸리는 상황이다.
이는 빅테크 기업들이 AI 수요가 지속적으로 기하급수적인 전력을 필요로 할 것이며, 천연가스 발전이 AI 시대의 성공에 필수적이라는 전제에 거액을 베팅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세 번째 가정은 위험 요소를 안고 있다.
미국 내 천연가스 공급은 풍부하고 수송 비용 덕에 중동 불안에서 어느 정도 차단되어 있지만, 무한하지는 않다. 미국 셰일가스 생산의 4분의 3을 담당하는 3대 주요 생산지의 생산 증가세는 최근 상당히 둔화됐다. 어떤 기업도 계약의 구체적인 가격 조건을 공개하지 않아, 가격 변동으로부터 얼마나 보호받을 수 있는지는 불투명하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천연가스는 미국 전체 전력의 약 40%를 생산한다. 빅테크 기업들이 발전소를 전력망에 연결하지 않고 데이터센터에 직접 연결하는 '비하인드 더 미터' 방식으로 운영하더라도, 천연가스 수요 증가는 궁극적으로 일반 가정과 다른 산업의 전력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다.
기상 변수도 무시할 수 없다. 2021년 텍사스 한파 당시처럼 혹한이 닥치면 가정용 난방 수요가 급증하고 가스정이 동결되어 공급이 급감할 수 있다. 이때 공급업체는 AI 데이터센터를 가동할 것인지, 가정 난방을 유지할 것인지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
풍력, 태양광, 배터리로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것은 비교적 쉽지만, 석유화학 공장처럼 천연가스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산업들은 데이터센터의 자원 독점에 반발할 수 있다. 결국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전력을 조달한다'고 주장하더라도, 실제로는 전력망 대신 천연가스 공급망에 부담을 전가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