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 AI·구글, 클립 생성 넘어 영상 제작 전 과정 잇는 AI 에이전트로 전환
소셜미디어에서는 다니엘 크레이그가 베스파를 타거나 고질라와 킹콩이 싸우는 AI 생성 클립을 근거로 "할리우드는 끝났다"는 주장이 퍼지고 있다. 하지만 더 버지의 뉴스레터 칼럼 '로우패스(Lowpass)'는 이런 값싼 클립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곧 대체하지는 못한다고 짚었다. 그럼에도 새로운 세대의 AI 영상 솔루션은 스튜디오의 작업 방식을 뒤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AI 기업들은 할리우드에 "카메라를 우리 영상 모델로 바꾸라"는 식의 단순한 제안을 해 왔다. 루마 AI(Luma AI) CEO 아밋 자인(Amit Jain)은 자신의 회사도 한때 스튜디오에 같은 제안을 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업계와 협업을 시작하면서 할리우드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자인은 "클립 하나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영상 모델이 생성하는 클립은 보통 10~16초 분량인데, 그는 "그건 한 컷도, 시퀀스도, 한 장면도 아니다. 짧은 영상을 찍어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루마 같은 AI 기업들은 할리우드에 AI를 파는 더 나은 방법을 찾았다고 본다. 핵심은 영상에만 AI를 쓰지 말고 제작의 모든 단계에 쓰라는 것이다. 루마는 제작 전 과정을 돕는 AI 에이전트를 개발해 왔다. 자인은 이 전환을 앤스로픽 같은 기업이 단순한 바이브 코딩에서 에이전트형 워크플로로 옮겨간 소프트웨어 개발의 진화에 비유했다.
이런 접근은 루마만의 것이 아니다. 구글은 이번 주 AI 미디어 제작 플랫폼 'Flow'의 새 버전을 공개하며 단순 클립 생성보다 에이전트 기반의 엔드투엔드 작업을 강조했다. 구글 랩스 부사장 일라이어스 로먼(Elias Roman)은 "생성 도구에 큰 진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앞으로 이들은 훨씬 더 에이전트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새 버전의 Flow에서는 에이전트가 콘셉트 잡기부터 줄거리 구체화, 캐릭터 개발, 원하는 분위기 설정까지 여러 단계를 안내한다. 영상을 생성할 때가 되면 에이전트는 그 과정에서 학습한 내용을 활용해, 세부 사항을 일일이 지시받지 않고도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 낸다. 이는 생성형 AI가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어 온 캐릭터 일관성 문제를 겨냥한 것으로, 사용자는 프로젝트용으로 만든 캐릭터를 슬랙 대화에 동료를 태그하듯 프롬프트에 태그해 넣을 수 있다.
새 세대의 영상 모델은 물리 법칙, 특정 시대의 분위기, 영화적 표현 언어를 더 잘 이해한다. 구글 Flow는 자사의 새 월드 모델 'Gemini Omni'로 구동되며, 루마는 복잡한 프롬프트 없이도 구상한 세계를 이해하는 통합 모델 'Uni-1'을 개발했다.
루마는 최근 아마존과 협업해 MGM의 시리즈 '하우스 오브 데이비드(House of David)'의 동반 특별편 '디 올드 스토리스: 모세(The Old Stories: Moses)'를 제작했다. 모세 촬영에서 배우들은 루마의 영상 모델로 생성한 배경을 띄운 LED 월 앞에서 연기했고, 의상도 AI로 렌더링됐다. 자인은 "이 정도 수준의 제작은 보통 1시간 분량 방송에 6~8주가 걸리는데, 지금은 일주일 만에 끝난다"고 말했다.
일부 스튜디오는 이런 변화를 점점 받아들이고 있다. 넷플릭스는 3월 벤 애플렉의 AI 회사 인터포지티브(InterPositive)를 인수했고, 같은 달 자체 AI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출범시켰다. 자인은 두 곳의 대형 할리우드 스튜디오가 이미 루마의 AI 에이전트를 쓰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회사명은 밝히지 않았다. 루마는 모세를 만든 인디 스튜디오 원더 프로젝트(Wonder Project)와 합작 법인을 세웠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런 변화는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다만 그 영향의 규모는 아직 알 수 없다. 스튜디오가 TV 시리즈를 10개월이 아닌 1개월 만에 만들 수 있다면 나머지 9개월치 비용은 지급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AI 지지자들은 이런 변화가 더 많은 제작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반박하는데, 이는 최근 몇 년간 제작 일수가 급감한 로스앤젤레스에는 희소식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