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구글 AI로 시리 손본다? 1조원대 '초대형 모델'도입 임박
애플이 음성비서 ‘시리(Siri)’의 대대적인 개편을 위해 구글의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하는 방안을 최종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17일(현지시간) 애플이 구글의 ‘제미나이(Gemini)’ 기반 초대형 AI 모델을 활용하기 위해 연간 약 10억 달러(약 1조 4천억 원)를 지불하는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협력은 시리의 인공지능 엔진을 사실상 전면 교체하는 수준이다. 애플 내부에선 ‘글렌우드(Glenwood)’로 불리는 프로젝트로, 내년 봄 배포 예정인 iOS 26.4에 맞춰 새로운 시리가 공개될 전망이다. 애플은 수년간 시리 고도화를 추진해 왔지만, 최근 생성형 AI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외부 기술을 활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보도에 따르면 애플이 사용할 제미나이 모델은 1.2조(Trillion) 파라미터 규모로, 현재 애플이 클라우드 기반 Apple Intelligence에 적용하고 있는 1,500억 파라미터 모델보다 8배 이상 크다. 이 모델은 요약·정리·계획 기능 등 시리의 분석 능력을 담당하며, 실제 명령 실행 등 일부 기능은 애플 자체 모델이 유지한다.
애플은 외부 AI 도입을 위해 구글뿐 아니라 오픈AI, 앤트로픽 등 다양한 업체와 논의를 진행해왔지만, 성능·확장성 등을 고려해 구글과 손을 잡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애플 내부에서는 이번 제휴를 일시적 조치로 보고 있는 분위기다. 애플 역시 자체 초대형 모델을 개발 중이며, 최대 1조 파라미터 규모의 차세대 모델을 내년 중 공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보안과 프라이버시 문제를 의식한 듯, 애플은 구글 모델을 Private Cloud Compute(PCC) 라는 독자 클라우드 서버에서 실행한다. 데이터가 구글로 넘어가지 않도록 기술적 차단 장치를 두겠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이번 제휴가 소비자에게 구글 브랜드로 노출될 가능성은 낮다. 검색 엔진 계약처럼 명시적으로 표시되지 않고, ‘백엔드 파트너’ 형태로 운영될 전망이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 시장이다. 중국에서는 구글 서비스가 금지돼 있어, 애플은 중국용 시리에 구글 모델을 적용하지 못한다. 대신 자체 모델과 함께 알리바바가 제공하는 콘텐츠 필터를 결합하는 방식이 유력하며, 바이두와의 협력도 검토된 것으로 전해졌다.
IT업계에서는 애플과 구글의 이번 협력에 대해 “애플이 더 이상 AI 경쟁에서 뒤처질 수 없다는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구글의 제미나이 2.5 시리즈와 오픈AI GPT-5 등 초거대 모델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애플의 자체 모델 개발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시장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관련 보도가 나온 직후 애플과 알파벳(구글 모회사) 주가는 동반 상승했다. 애플은 0.5% 미만 오름세를 보였고, 알파벳은 장중 3% 이상 뛰기도 했다.
애플은 장기적으로 시리에 다양한 AI 챗봇을 선택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구조를 구상하고 있다. 팀 쿡 CEO도 최근 실적 발표에서 “사용자에게 더 많은 AI 선택권을 제공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어, 향후 시리 내부에서 여러 AI 모델을 전환하며 쓰는 형태가 등장할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