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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2025년 4월 1일 오전 01:45

스타트업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챗봇 이름 '그록(Grok)' 훔쳤다" 주장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인공지능(AI) 기업 xAI가 자사의 챗봇 ‘그록(Grok)’의 상표권 분쟁에 휘말렸다. 최근 미국 특허상표청(USPTO)은 ‘Grok’ 상표 출원을 잠정 중단했다. 이는 AI 칩 제조업체 ‘Groq’와 소프트웨어 제공업체 ‘Grokstream’이라는 두 회사의 기존 상표와 혼동될 가능성을 지적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이제는 ‘Bizly’라는 또 다른 스타트업이 “우리가 먼저 그록이라는 이름의 권리를 확보했다”고 주장하며 새로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 머스크가 기존에 다른 기업들이 먼저 사용한 이름을 제품명으로 사용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머스크가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 X 역시, 이름과 관련한 마케팅 회사와의 소송에서 결국 합의를 본 바 있다.

Bizly의 설립자인 론 샤(Ron Shah)는 자신들이 2021년에 이미 ‘그록(Grok)’이라는 이름을 상표 출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회사 내 브레인스토밍 중 “이해하다”라는 의미로 테크 업계에서 종종 사용되는 ‘to grok’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샤는 “그 순간 이거다 싶어 환호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한편 머스크는 이 이름을 로버트 A. 하인라인의 1961년 SF 소설 『낯선 땅 이방인』에서 유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소설 속 ‘그록’은 화성 언어로 “깊이 이해하다”라는 의미다.

샤는 자사가 인공지능 기반의 비동기 회의 앱 ‘그록’을 베타 테스트하고 있을 무렵, 머스크가 같은 이름의 챗봇 출시를 발표해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보니 친구들이 ‘일론 머스크한테 인수됐냐’며 메시지가 쏟아졌다”고 당시의 혼란을 전했다.

상표법 전문가인 조쉬 거번(Josh Gerben)에 따르면, 상표권 분쟁의 핵심은 소비자가 두 제품 또는 서비스 제공자를 혼동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다. 예를 들어, 머스크의 전 파트너인 가수 그라임스(Grimes)도 AI 어린이용 장난감 ‘그록’을 상표 출원한 바 있지만, 소프트웨어와 완구의 경우 소비자 혼동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Bizly의 경우 사정은 조금 더 복잡하다. 상표를 등록하려면 제품이나 서비스가 최소 두 개 이상의 주에서 실제 판매되어야 한다. Bizly의 ‘그록’ 앱은 당시 금융 서비스 회사 카르타(Carta)와의 파일럿 단계였으며, 실제 시장에는 출시되지 않았다. 게다가 머스크의 발표 이후 투자자들이 상표권 분쟁 리스크를 우려하며 투자 철회를 결정했고, 이로 인해 Bizly는 현재 폐업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샤는 xAI와 협력하거나 적정한 가격에 상표권을 양도하는 방식으로 원만하게 해결하기를 원했으나, xAI 측에서 아무런 답변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xAI 측 변호사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그록 제품과 사업 구축에 200만 달러를 투자했으나 머스크의 발표로 인해 투자 유치가 무산됐다”며 “생존을 위해 피해를 보상받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머스크는 기존의 규칙들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소셜미디어 X로 개명한 이후 애플 앱스토어가 한 글자 앱 이름 사용 금지 규칙에도 불구하고 예외를 허용한 바 있다.

샤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과 법적 다툼을 벌일 수 있겠느냐”며 정식 소송을 망설이고 있다. 현재까지 xAI 측은 WIRED의 취재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