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로봇 훈련을 위해 집에서 아이폰 쓰는 긱 워커들… 50개국 수천 명 동원
미국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Micro1이 전 세계 50개국 이상에서 수천 명의 계약직 데이터 수집 인력을 고용하고 있다. 이들은 인도, 나이지리아, 아르헨티나 등에서 아이폰을 이마에 장착하고 빨래 개기, 설거지, 요리 등 가사 활동을 녹화한다.
Tesla, Figure AI, Agility Robotics 등 기업들이 공장과 가정에서 사람처럼 움직이는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경쟁에 나선 가운데, 이런 긱 워커들이 촬영한 영상은 로봇 훈련을 위한 핵심 데이터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나이지리아의 의대생인 제우스(가명)는 시급 15달러를 받고 이 일을 하고 있다. 나이지리아의 높은 실업률을 감안하면 좋은 수입이지만, 매일 몇 시간씩 옷을 다림질하는 반복적인 작업에 지루함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물리적 물체를 다루는 기술을 익히기가 극도로 어렵다. 가상 시뮬레이션으로는 곡예 동작은 가르칠 수 있지만, 물체를 잡고 옮기는 동작은 물리 법칙을 완벽히 모델링하기 어려워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실제 환경에서 수집한 데이터가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투자자들은 이 분야에 거액을 쏟아붓고 있으며, 2025년 한 해에만 휴머노이드 로봇에 60억 달러 이상이 투자됐다. Micro1의 CEO Ali Ansari는 로보틱스 기업들이 자사와 유사한 업체들로부터 실제 환경 데이터를 구매하는 데 연간 1억 달러 이상을 지출하고 있다고 추산했다.
Scale AI, Encord 등 데이터 기업들도 자체 데이터 수집 인력을 모집하고 있으며, DoorDash는 배달 기사들에게 가사 영상 촬영 비용을 지급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수십 개의 국영 로봇 훈련 센터에서 작업자들이 VR 헤드셋과 외골격을 착용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에 동작을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개인정보 보호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Micro1은 워커들에게 얼굴이나 개인정보를 노출하지 말라고 요청하지만, 영상에는 집 내부와 일상이 담기게 된다. 메릴랜드대학교 Yasmine Kotturi 교수는 워커들이 자신의 데이터가 어떻게 사용되고 저장되며 공유되는지에 대해 충분히 고지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데이터 품질에 대한 의문도 있다. ASTM International의 로봇공학자 Aaron Prather는 가정에서의 행동이 안전 관점에서 항상 올바르지 않을 수 있으며, 그런 나쁜 습관이 로봇에 학습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새로운 데이터 경제는 개발도상국 청년들에게 수입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프라이버시와 동의, 데이터 품질에 관한 복잡한 문제를 동반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