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테크리뷰가 본 한국의 AI 사랑, 25개국 중 우려 가장 낮은 나라
미국에서는 AI에 대한 대중적 반발이 커지고 있지만 한국은 정반대의 풍경을 보여준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 기자가 샌프란시스코에서 12시간 비행 끝에 도착한 서울은 무인 출입국 심사대가 얼굴과 여권을 스캔하고, 지하 구간에서도 끊김 없는 5G가 터지며, 강남 거리에선 바퀴 달린 배달 로봇이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는 도시였다.
강남구는 지난 6월 버스정류장을 여러 언어로 승객의 질문에 답하는 키오스크를 갖춘 'AI 버스정류장'으로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실시간 버스 도착 정보를 보여주는 터치스크린 정류장은 이미 곳곳에 설치돼 있다.
한국인의 AI 낙관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퓨리서치센터가 25개국을 조사한 결과 AI에 대해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고 답한 한국인은 16%로 조사국 중 가장 낮았다. 같은 질문에 미국인은 50%가 더 우려된다고 답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서는 한국인 다수가 개인 비서처럼, 혹은 업무 처리를 위해 매일 AI를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에서 가장 인터넷망이 촘촘한 나라로 꼽히는 한국은 AI 웹툰, 가상 K팝 아이돌, 휴머노이드 승려까지 새로운 기술을 거리에서 시험한다. 정부 기관도 학교에 AI 교과서를, 복지관에 AI 돌봄 로봇을 도입하며 일찌감치 앞장섰다.
이런 기술 낙관은 상당 부분 국가 의제로 설계된 것이다.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 전공 전치형 교수는 한국 정부가 AI 기반 4차 산업혁명을 국가의 나아갈 길로 지정하고 공격적으로 홍보하고 투자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이 더 나은 미래를 만들 AI의 잠재력에 대해 정부로부터 끊임없이 들어왔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한국전쟁의 폐허에서 1970년대 철강과 조선, 1980년대 반도체, 1990년대 초고속 인터넷, 2000년대 스마트폰으로 기술이 나라를 끌어올린 역사를 갖고 있다. 오늘날 삼성과 SK하이닉스는 AI 모델 학습에 쓰이는 엔비디아 하드웨어에 들어가는 고대역폭 메모리 대부분을 공급한다. 두 회사 모두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넘어섰고, 코스피는 이들 주가에 힘입어 2026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미국, 중국과 함께 'AI 3대 강국'에 진입하겠다고 공언했다. 2025년 취임 후 그는 대규모 컴퓨팅 파워 확보를 돕는 대통령 직속 국가AI전략위원회를 출범시키고, 국내 기업의 자체 AI 모델 개발을 지원하는 소버린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을 추진했다. 삼성과 SK하이닉스에는 넉넉한 세액공제와 저리 융자를 지원했다.
한국의 정책 기조는 안전보다 AI 개발 가속에 무게를 둔다. 2024년 국회를 통과한 AI 기본법은 세계 첫 종합 AI 법 중 하나로, 규제는 가볍게 두고 개발을 촉진하는 쪽이다. 2026년 스탠퍼드 AI 인덱스에 따르면 한국인의 70%는 규제로 산업을 보호하기보다 AI 혁신으로 과학과 의료를 발전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 같은 지표에서 한국은 주목할 만한 AI 모델 보유 수 기준 세계 3위로 꼽혔다.
하지만 이런 집중은 AI의 사회적 영향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밀어내기도 한다. 전 교수는 국가 의제가 경제 발전을 우선하기 때문에 기술의 사회적, 정치적, 윤리적 차원에 대한 성찰이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2025년 정부는 사실 오류와 개인정보 위험이 있는 AI 교과서를 사전 시범 검증 없이 도입했다가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낙관 속에서도 일자리 불안은 남아 있다. 현대차가 1월 공장 전반에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배치하겠다고 발표하자 현대차그룹 노조는 노사 합의 없이는 신기술 로봇 한 대도 현장에 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인의 64%는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불평등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고, 52%는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도 봤다. 서울의 한 29세 보험설계사는 챗GPT로 사주를 보고 주식 투자 조언까지 구하면서도 AI에 일자리를 잃을까 두려워했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20대 한국인의 46%가 챗봇으로 운세를 본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