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AI 모델 조기접근 담은 규제 행정명령 부활 놓고 내분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폐기한 인공지능 규제 행정명령을 되살릴 수 있을지를 두고 내부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고 와이어드가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행정명령 폐기 이후 수 주간 이어진 논의는 실리콘밸리 주요 인사들과 행정부 관료 양쪽 모두에게 혼란스러운 과정으로 비쳤다. 일부 AI 기업 임원은 수정된 행정명령이 무엇을 요구할지, 혹은 서명이 이뤄지기는 할지 불확실하다고 와이어드에 털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 21일 예정됐던 행정명령 서명식을 불과 몇 시간 전에 취소했다. 그는 당시 기자들에게 해당 명령이 국내 경쟁을 위축시키고 미국이 AI 경쟁에서 중국에 대해 유지하고 있는 우위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폐기된 행정명령에서 가장 논쟁적인 조항은 오픈AI, 앤스로픽, 구글 같은 AI 연구소가 모델을 일반에 공개하기 전 백악관에 먼저 접근 권한을 제공해 사이버보안 역량을 평가받도록 하는 자발적 프레임워크였다. 초안은 AI 연구소가 공개 최대 90일 전에 모델을 제출할 수 있도록 제안했으나, 여러 AI 기업 임원은 그렇게 이른 시점에 모델을 공유할 준비가 되지 않았을 수 있다고 와이어드에 전했다.
이런 규제 움직임의 바탕에는 AI가 빠르게 국가 안보 사안이 되고 있다는 백악관 내부의 인식이 깔려 있다. 와이어드에 따르면 앤스로픽의 미토스(Mythos)와 오픈AI의 GPT-5.5 모델은 레거시 소프트웨어 시스템의 취약점을 찾아내는 데 뛰어나며, 이런 역량이 우려를 키웠다. 초기에는 AI 규제 시도를 꺼렸던 행정부의 태도 변화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행정명령을 되살릴 수 있을지는 경쟁하는 내부 분파를 조율하는 백악관 고위 인사들의 역량에 크게 달려 있다고 여러 부처 보좌진은 전했다.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행정명령 부활을 추진하는 고위 관료 그룹을 이끌고 있으며, 여기에는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과 공화당 정치 활동가 출신인 션 케언크로스 국가사이버국장이 포함된다.
베센트 장관은 AI 정책에서 주목할 만한 인물로 부상했다. 보좌진에 따르면 그는 최근 몇 주간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CEO를 비롯한 AI 기업 임원들을 만나 해법을 모색했으며, 중국과의 국경 간 AI 규제 협상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트럼프의 영향력 있는 전 AI 차르 데이비드 색스는 와일스와 대립하고 있다. 색스는 행정명령이 지나치게 부담스럽다고 트럼프에게 진언했고, 서명 몇 시간 전에 이를 취소하도록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주 X에 올린 글에서 불필요한 규제가 미국 혁신의 가장 큰 위협이라며, AI 경쟁에서 이기는 것은 중국을 이기는 것뿐 아니라 주 의회와 워싱턴 정치인들이 세운 관료적 장벽을 걷어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규제를 다시 논의 테이블에 올리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트럼프 본인이라고 보좌진은 지적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행정부 관계자는 “내분을 해소하는 것은 결국 트럼프가 동의해야만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리즈 휴스턴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에서 행정부가 AI 규제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 고심해왔다며 “대통령의 팀은 그의 대담한 의제를 실행하고 이 중대한 균형을 유지하는 데 단결해 있다”고 밝혔다.
일부 관료는 불확실성 속에서 행정명령 절차와 거리를 두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역할만 했는데, 이미 기존 프로그램을 통해 새 AI 모델에 조기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두 관계자는 전했다. 'AI 표준혁신센터(Center for AI Standards and Innovation)'로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공식 사전승인 요건 없이 프런티어 AI 모델을 시험·평가하는 미국 정부의 주요 창구 역할을 해왔으며, 러트닉은 트럼프 2기 출범과 함께 그 권한을 확대해 위상을 높였다.
펜타곤 역시 행정명령 마련에 한발 물러서 있다. 우버 고위 임원 출신인 에밀 마이클 국방부 차관은 펜타곤이 프런티어 모델에 조기 접근하도록 하는 데 더 관심을 두고 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한 고위 행정부 관계자는 트럼프가 이전 행정명령을 취소한 뒤 내부 역학이 유동적이라고 강조하며 “원점으로 돌아갔고, 모든 것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