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버지 "오라클의 AI 베팅이 거품 풍향계"… OpenAI 3,000억 달러 컴퓨트 계약·FY2026 부채 430억 달러, 클라우드 매출 49억 달러
더 버지가 "AI 거품의 파열 여부를 알려줄 단 하나의 상장사는 오라클"이라며 데이터베이스 기업 오라클의 AI 베팅을 정밀 해부했다. 오라클은 OpenAI나 앤트로픽 같은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사도, CoreWeave와 같은 순수 네오클라우드도 아니지만, CoreWeave가 진출한 베어메탈 사업에 함께 발을 들인 SaaS 기업이라는 점에서 독특한 베팅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핵심 리스크는 "돈을 벌지 못하는 기업"인 OpenAI와 맺은 3,000억 달러 규모의 컴퓨트 계약이다. 더 버지는 OpenAI가 자금 조달 속도와 흑자 전환 시점에 따라 약속한 금액을 지불하지 못할 경우, 데이터센터에 거액을 투입한 오라클이 회수를 못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라클과 OpenAI는 코멘트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오라클은 마진은 높지만 성장이 정체된 데이터베이스 사업을 뒤로하고, 마진은 낮지만 빠르게 성장하는 고자본지출형 네오클라우드로 옮겨가고 있다. 회사는 이를 위해 회계연도 2026 한 해에만 430억 달러의 부채를 일으켰다. SK 벤처스의 베테랑 VC 폴 케드로스키는 "래리는 늘 항해를 다녀와선 '회사가 예전만큼 재미가 없다'고 말해왔다"며, "정통적인 회사는 저성장·고마진이고 그를 늙고 따분하게 만든다"고 평했다.
오라클의 '래리 쇼' 구도도 그대로다. 창업자 래리 엘리슨은 명목상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이사회 의장이며, 클레이 마구이르크(Clay Magouyrk)와 마이크 시칠리아(Mike Sicilia)가 공동 CEO를 맡고 있지만 회사는 사실상 엘리슨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게 더 버지의 시선이다. 그의 전기 중 하나의 제목이 "Everyone Else Must Fail"일 정도의 경쟁심이 이번 AI 베팅의 동력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분기 실적을 보면 사업 전환의 압박이 드러난다. 2026 회계연도 3분기(2월 28일 종료, 3개월) 기준 '클라우드 및 소프트웨어' 부문이 전체 매출의 88%를 차지했다. 그중 소프트웨어 지원 매출은 약 50억 달러에 살짝 못 미쳤고, 클라우드 인프라 매출이 약 49억 달러로 그 뒤를 이었다. DA Davidson의 애널리스트 길 루리아(Gil Luria)에 따르면 고객지원 사업은 분기 성장률이 0%였고, 데이터베이스·애플리케이션 사업은 수익성이 매우 높지만 성장은 멈췄거나 오히려 감소세일 수 있다.
반면 클라우드 사업은 빠르게 성장 중이다. 루리아는 "오라클 클라우드는 한 자릿수, 잘해야 십대 초중반 마진의 그저 그런 비즈니스지만 매우 빠르게 키우고 있다"고 평했다. 월스트리트가 비상장인 OpenAI에 직접 베팅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마이크로소프트(복합 사업이라 순수 AI 베팅은 아님)와 더불어 오라클이 'AI 베팅의 깨끗한 대용물'이 됐다는 게 더 버지의 진단이다. 오라클의 신용부도스왑(CDS)과 주가 변동이 'AI 붐 또는 거품'의 풍향계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엘리슨은 일찍이 1996년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해 'network computer' 비전을 띄웠고, 멘로파크 초등학교 학생 약 300명에게 네트워크 컴퓨터를 기증하는 행사도 열었다. 그러나 네트워크 컴퓨터는 실패했고, 아이폰은 그로부터 10여 년 뒤인 2007년에야 등장했다. 그 사이 마크 베니오프는 1999년 세일즈포스를 창업했고, 아마존은 2006년 AWS로 클라우드 컴퓨팅에 진입했다. 정작 엘리슨은 2011년까지 클라우드를 "complete gibberish(완전 헛소리)"라고 비웃으며 재진입을 미뤘다.
그 결과 오라클은 강력한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사업에도 불구하고 시장 점유율에서 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알리바바에 뒤처졌고 세일즈포스보다 간신히 앞서는 위치에 머물러 있다. 2025년 2월에는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에게 AI를 "산업혁명, 전기, 그 이전의 모든 것보다 훨씬 더 큰 사건"이라고 말하며 베팅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더 버지는 "비전과 실행 사이에는 늘 큰 간극이 있다는 것이 오라클의 역사가 보여주는 교훈"이라며 이번 OpenAI 베팅의 결말이 풍향계가 가리킬 미래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