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모, 중국 지리 차체에 미국산 자율주행 얹은 첫 전용차 '오하이' 공개
알파벳 산하 자율주행 기업 웨이모가 새 차량 '오하이(Ojai, "오하이"로 발음)'를 공개하고 향후 몇 주 안에 로스앤젤레스·샌프란시스코·피닉스에서 일반 승객을 태우기 시작한다. 센서로 뒤덮인 연한 파란색 박스형 미니밴으로, 운전자 없이 달리도록 설계됐지만 운전대는 그대로 달려 있다. 웨이모 앱으로 호출할 수 있으며 당분간 탑승은 무료다.
오하이는 2021년 처음 발표돼 2024년부터 공공 도로에서 시험돼 왔다. 공개 시점은 웨이모에 미묘한 때이기도 하다. 회사는 지난주 차량이 침수에 대응하는 방식에 문제가 생겨 미국 6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중단했고, 공사 구역 인근 운영 우려로 고속도로 주행 프로그램도 일시 중단한 상태다.
웨이모는 약 10년간 사람이 모는 용도로 설계된 차량에 자율주행 기술을 얹어 왔다. 크라이슬러 퍼시피카 하이브리드로 서비스를 시작해 2018년 전기차 재규어 I-페이스로 옮겨갔다. 반면 오하이는 자율주행을 위해 처음부터 새로 만든 차량이며, 동시에 웨이모의 최신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시스템이 처음 적용된 차이기도 하다. 회사는 이 시스템이 "AI의 돌파구를 활용한다"고 밝혔으며, 이전과 마찬가지로 카메라·라이다·레이더 세 종류의 센서 입력을 결합한다.
웨이모는 이 기술을 대규모 확장의 동력으로 보고 있다. 현재 미국 11개 시장에서 운영 중이며 런던·도쿄를 포함해 최소 20개 신규 지역에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엔지니어링 부사장 사티시 제야찬드란은 올해 초 새 시스템이 "여러 차량 플랫폼에 걸친 장기 성장을 위해 설계됐다"며, 혹독한 겨울처럼 로봇에게 기술적 난제였던 환경으로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외형도 이전 웨이모 차량과 확연히 다르다. 캐빈이 더 넓고 재규어 모델보다 레그룸이 크며 충전 포트와 컵홀더가 있다. 평평한 바닥, 낮은 진입 높이, 손잡이 덕에 장애인 접근성이 높아졌지만 휠체어로는 탈 수 없다. 청소가 쉽고 충전이 빠르며 모듈식 설계로 수리가 용이하다고 회사는 설명한다. 자율주행을 돕는 센서로는 카메라 13개, 레이더 6개, 라이다 4개가 달려 있다.
흥미로운 지점은 제조사다. 오하이는 중국 신에너지차 선두 업체 지리(Geely)의 '모빌리티 플랫폼'을 개조한 차량이다. 더 정확히는 차체를 지리의 서브 브랜드 지커(Zeekr)가 만든다. 지커는 2023년부터 해외 판매를 시작해 유럽·아시아·중동·라틴아메리카에 진출했지만, 정작 이 오하이가 운행될 미국 시장에는 들어와 있지 않다. 웨이모는 뼈대 차량을 중국에서 제조한 뒤 애리조나 시설로 들여와 미국 땅에서 미국산 자율주행 시스템을 장착한다고 밝혔다. 대변인 샌디 카프는 회사가 연간 수만 대의 무인 주행 차량을 찍어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산 차량이 미국에서 막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따른다. 실제로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1월 중국·러시아와 연결된 차량 기술을 2027년부터 미국 도로에서 금지하는 규정을 확정했고, 당시 정부는 이를 국가안보 위협으로 규정했다. 높은 관세 역시 중국산 차의 미국 진입을 사실상 차단한다. 다만 웨이모는 지커가 텔레매틱스나 연결 소프트웨어가 없는 '기본 차량'만 만들고 그 기능은 미국에서 추가되기 때문에 이 금지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그럼에도 회사는 지리·지커와의 협력으로 정치권의 비판을 받았으며, 지난 2월 미 의회 청문회에서 한 공화당 상원의원은 웨이모가 "중국과 한 침대에 들었다"고 꼬집었다.
무료 운행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웨이모는 무인 오하이를 운행할 허가는 받았지만 그 안에 유료 승객을 태울 권한은 아직 얻지 못했다. 이 승인은 주 규제기관인 캘리포니아 공익사업위원회(CPUC)가 심사 중인데, 위원회는 승인에 앞서 보호자 없이 불법으로 차에 탄 미성년자 처리 방식과 2025년 말 샌프란시스코 정전으로 웨이모 차량이 도시 곳곳에 멈춰선 사례 같은 대규모 혼란·자연재해 대응 방안에 답하라고 요구했다. CPUC 대변인 테리 프로스퍼에 따르면 위원회는 6월 27일까지 오하이와 이스트베이·남부 캘리포니아 일부로의 확장안에 대한 결정을 내린다.
한편 웨이모는 현대차 아이오닉 5도 로보택시 함대에 추가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차량은 202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현대차와 웨이모의 파트너십의 일부이며, 재규어 I-페이스도 당분간 함께 운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