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1년 사이 'AI가 코드 다 짠다'… 복귀한 여성 개발자들의 곤경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한 자동차 회사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하던 다니엘은 2024년 중반 일을 멈췄다. 1년 뒤 복귀를 준비할 때 업계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휴직 전에는 거의 아무도 코드 작성에 AI를 쓰지 않았지만, 돌아올 무렵엔 AI 사용이 기본 기대치가 돼 있었다. 다니엘은 와이어드에 "내가 익혀온 기계적 개발 기술은 이제 AI에 외주하라는 것이 회사의 기대"라고 말했다(취업에 불이익을 받을까 우려해 이름만 공개).
주요 AI 기업들은 코딩 업무 자체의 재편을 예고하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지난 4월 "향후 18개월 안에 메타 코드 대부분을 AI가 작성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고,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와이어드에 "AI 코딩이 보기 드문 수조 달러급 시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25년 5월 앤스로픽과 오픈AI가 코딩 자동화 도구를 잇따라 공개하면서 개발 업무는 '코드를 직접 짜기'보다 'AI 결과물을 감독하기'에 가까워졌다.
빠른 변화는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지만, 특히 마침 전환기에 자리를 비운 새 엄마 개발자들에게 충격이 집중된다. 다니엘은 "전에 하던 일을 다시 하고 싶고 잘했다고 생각하지만, 그 자리는 다시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한 디지털 에이전시에서 일하는 프로젝트 매니저는 출산휴가 중 매니저로부터 "휴직 동안 AI 공부 좀 해두라"는 권유를 받았다며 "매우 취약하다고 느꼈다"고 와이어드에 밝혔다(보복 우려로 익명). 그는 "법정 출산휴가 수당으로 AI 강좌에 돈을 쓸 가능성은 거의 없고, 휴직 중에 해야 할 일도 아니다"라면서도, 뒤처지면 정리해고 대상이 될까 걱정한다고 했다.
미국 헬스테크 회사 데이터 엔지니어 메리 매크리어리는 복귀 시 회사가 새 AI 도구 적응을 도왔다며 처음에는 회의적이었지만 동료 코드의 동작을 설명해주는 능력에 만족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엔지니어로서 가장 싫은 일이 남의 코드 리뷰"라고 했다. 다만 단점도 분명했다. 매크리어리는 "두뇌에 부담이 적은 단순 작업으로 머리를 식힐 시간이 사라졌다. 지루한 업무를 모두 AI에 넘겼기 때문에 항상 어려운 문제만 들여다본다"고 토로했다.
미네소타에 거주하며 마케팅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일하는 또 다른 여성 개발자는 출산 후 호르몬 변화로 "복귀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했지만, AI가 디버깅처럼 깊은 집중이 필요한 일을 대신해줘 "엄청나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2024년 9월 복귀 당시 회사는 AI를 일종의 고급 스택오버플로처럼 썼지만, 1년 뒤에는 모든 코드 변경이 AI 검증을 거치고 직원별 AI 사용량을 매기는 리더보드까지 운영하고 있다. 그는 "엔지니어라기보다 인형극 조종사에 가깝다"고 표현했다.
이 개발자는 2025년 11월 앤스로픽의 신형 모델 클로드 오퍼스 4.5(Claude Opus 4.5) 공개 뒤 "개발자 팀이 한 분기 동안 할 분량을 혼자 해냈다. 거칠지만 일은 끝났다"고 평했고, 자신의 역할이 곧 자동화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키웠다.
구직 시장 역시 재편됐다. 다니엘은 출산 3개월 전에 정리해고를 당했고, 작년부터 새 자리에 지원했지만 대부분 채용 공고가 'AI 활용 능력'을 요구하면서도 구체적 사용 방식은 명시하지 않아 "어떤 스킬이 부족한지 알 길이 없어 신경이 곤두섰다"고 했다. 다니엘은 40번 지원 중 단 한 번만 면접까지 갔다.
비영리단체 'Bring Women Back to Work' 독일 지부를 이끄는 다니엘라 굴리는 "시스템이 출산휴직을 '일시정지'가 아닌 '퇴장'으로 본다. 설계 실패"라고 진단했다. 영국 싱크탱크 'Pregnant Then Screwed'의 레이철 그로콧 CEO는 "여성이 또 한 번 손해를 보는 방식"이라며 AI가 엄마 개발자와 동료 사이에 'AI 리터러시 격차'를 만들고 노동시장 자체를 불리하게 비튼다고 지적했다.
일부 여성은 자동화 영향을 덜 받는 직군 전환을 고민한다. 다니엘은 AI와 함께 작은 취미 프로젝트를 만들며 따라잡을 계획이지만 "매일 더 멀어진다. 산업의 미래를 모르겠다는 느낌이 무섭다"며 컴퓨터 앞에 덜 앉는 조경설계 자격증 취득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미네소타 개발자는 "두 번째 아이를 가질지, 어렵게 일군 경력을 지킬지 사이에서 갈등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