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버투스 어니스트, 전통 VC 펀드 없이 SPV로 1년 새 4억 달러 투자
패밀리 오피스와 중소 기관투자자들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AI 기업에 투자하고 싶어 했지만 정작 그들의 주주명부(캡 테이블)에는 접근할 수 없었다. 저스틴 어니스트는 지난해 벤처캐피털이 작동하는 방식에서 이 거대한 공백을 포착했다. 플레이그라운드 글로벌에서 5년 넘게 딥테크 투자와 펀드 조성을 이끈 그는, 투자자와 창업자 양쪽을 잇는 자신의 인맥이 이 간극을 메울 수 있다고 확신했다.
어니스트는 정식 VC 펀드를 새로 만드는 대신 자신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주목받는 후기 단계 기업들의 주식 배정을 확보했다. 그는 신규 운용역이 펀드를 출범하는 데 보통 12~18개월이 걸린다고 말한다. 대신 그는 단일 거래 펀드 역할을 하는 특수목적기구(SPV)를 통해 약 30곳의 중소 기관투자자에게 개별 거래를 제안한다.
그의 회사 세이버투스 VC는 지난 12개월간 앤스로픽, 안두릴, 데이터브릭스, 사이퀀텀, 스페이스X 등 10개 기업에 약 4억 달러를 투자했다. 각 거래를 별도의 펀드로 다루며 대부분 SPV로 구성하는데, 펀드 투자자들은 해당 주식을 보유한 기구의 지분을 사들이는 구조다.
그가 쓰는 수표 규모는 1천만 달러에서 2억 7천5백만 달러에 이르며, 이는 상당한 양의 지분을 확보한다는 뜻이다. 그는 항상 기업이 공식 승인한 펀딩 라운드에만 참여한다.
세이버투스만 패밀리 오피스에 후기 단계 스타트업 지분 매입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작은 배정과 SPV가 난무하는, 때로 미심쩍은 시장에서 어니스트는 탄탄한 평판을 쌓아 빠르게 큰 자금을 모았다. 50명의 자산을 운용하는 한 패밀리 오피스의 최고투자책임자 벤저민 와그너는 "저스틴은 진정한 투자자"라며 판단력과 전문성, 기술적 이해도가 그를 단순히 자본만 모으려는 다른 조직과 구별 짓는다고 말했다.
와그너가 마지막으로 70억 달러 가치를 인정받은 양자컴퓨팅 스타트업 사이퀀텀에 직접 투자하려 하자, 사이퀀텀의 최고재무책임자는 오히려 세이버투스를 통해 투자하라고 제안했다. 앤스로픽과 안두릴 같은 기업이 비공인 SPV를 단속하는 시점에, 기업 자신이 직접 검증하고 신뢰하는 투자자를 거치는 것은 소규모 출자자(LP)들에게 안심을 준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어니스트는 어린 시절의 언어 장애를 대부분 극복하며 소통 능력을 단련했다. 그는 자신의 강점을 "네트워크의 핵심이 되는 것"으로 꼽으며, 새 SPV에 필요한 자금을 빠듯한 일정에도 패밀리 오피스에서 끌어올 수 있다고 했다. "전화 네다섯, 여섯 통이면 내 LP들이 얼마를 약정할지 정확히 안다"고 그는 말했다.
어니스트는 당분간 전담 LP 기반을 위해 특정 기업의 자금을 모으는 사업을 키우고 싶다고 밝혔다. 다만 궁극적 목표는 정식 벤처 펀드를 조성하는 것으로, 일회성 SPV들이 거둔 강한 수익률로 자신의 실적을 입증하려 한다.
세이버투스는 이미 큰 수익을 한 차례 거뒀다. 칩 제조사 그로크가 지난해 말 엔비디아에 200억 달러 규모로 라이선스·인재 인수(어콰이어)됐기 때문이다. 다음은 이번 금요일로 예정된 스페이스X의 IPO와 올해 말 예상되는 앤스로픽의 상장이다. 어니스트는 "나는 현장 한가운데 있고 싶었다"며 "이번이 우리 생애 최고의 빈티지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