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어드 '슬픈 AI 와이프' 르포, AI 붐이 베이에이리어 가정에 남긴 균열
미국 IT 매체 와이어드가 AI 붐이 베이에이리어 가정에 남긴 균열을 정면으로 다룬 1인칭 르포 'Meet the Sad Wives of AI'를 공개했다. 필자는 캘리포니아 버클리에서 10개월 된 딸을 홀로 돌보던 밤, 매사추세츠 케임브리지에서 비교적 최근에 시작한 AI 업무로 출장 중인 남편이 페이스타임으로 'Claude Code' 화면을 들이밀던 장면으로 글을 시작한다. 그는 "사람 아기 한 명과 거대언어모델이라는 또 다른 아기, 두 아기가 한 집에 산다"고 적었다.
필자는 이 같은 처지에 놓인 배우자들을 스스로 '슬픈 AI 와이프(sad wives of AI)'라 칭했다. 와이어드는 게이·이성, 부유층·서민 가릴 것 없이 AI에 빠진 가족 구성원을 둔 모든 가정에 해당된다고 전제하면서도, 이번 기사는 베이에이리어의 화이트칼라 이성애 커플을 중심으로 취재했다고 밝혔다. 흐름은 대체로 두 갈래로, 남편이 AI에 종사하고 아내가 그 외 모든 일을 떠안거나, 남편이 AI 분야 진입을 갈망하는 가운데 아내는 다른 길을 원하는 식이다.
와이어드는 한 보고서를 인용해 'AI 스킬을 갖춘 노동자'의 약 71%가 남성이며, 미국에는 상시로 약 35,000개의 AI 직군 공석이 열려 있다고 전했다. 투자자까지 포함하면 수천 명이 더 늘고, "이쪽에서 기회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아내에게 흘리는 남성까지 더하면 수백만 단위로 늘어난다고 추정했다. 결국 수십만 명 단위의 배우자가 가정을 지키며 'AI에 빠진 파트너의 설명'을 듣고 있다는 묘사다.
한 사례로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로 남편 커리어를 따라 이주한 여성은 "남편이 너무 열정적이라 따라가준다"면서도 "남편 회사가 정확히 무엇을 하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남편은 AI 회사를 공동창업한 뒤 지금은 또 다른 회사의 디자인 헤드로 일하고 있다. 그는 뉴욕에서는 교사, 간호사, 패션, 금융 등 다양한 직업의 친구들과 일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데,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외출할 때마다 "회사 해피아워에 와 있는 기분"이라고 호소했다. 또 다른 인터뷰이는 도시 곳곳의 AI 빌보드를 가리키며 "남편은 '저거 우리 회사 빌보드이네'라며 좋아하는데 나는 한계에 와 있다"고 답했다.
럿거스대 노동학·고용관계학과장 야나 반 데어 묄렌 로저스(Yana van der Meulen Rodgers) 교수는 베이에이리어 가정에서 벌어지는 일이 단순한 라이프스타일 이야기가 아니라 노동시장 이슈라고 진단했다. 그는 AI 붐을 가구 구조를 재편하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으로 표현하면서, 그 영향이 예측 가능한 젠더 라인을 따라 작동한다고 분석했다.
로저스 교수는 산업혁명 시기의 공장 노동자, 골드러시의 서부로 떠난 남성들, 닷컴 붐 시절 샌프란시스코 소마(SoMa) 사무실의 책상 밑에서 잠들던 창업자들을 거론하며, 매 기술 붐마다 '모든 것을 파도에 거는 인물'이 등장했다고 짚었다. 지금은 한밤중에 바이브 코딩을 하며 끊임없이 모델을 업그레이드하는 사람이 그 자리에 있고, 경제학자들이 부르는 '이상적 노동자(ideal worker)'를 그는 '함정'이라고 부른다. "한 사람이 새로운 흐름에 모든 시간을 쏟으면 다른 한 사람이 가정과 돌봄 노동을 떠맡게 된다"는 설명이다.
일부 분석에 따르면 여성은 남성에 비해 생성형 AI를 사용할 가능성이 약 20% 낮다. 로저스 교수는 이를 성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이 교육, 헬스케어, 사회복지 등 현재 AI 활용도가 낮은 직군에 몰려 있는 결과로 해석했다. 그는 시간이 흐를수록 AI 붐이 가져다 줄 금전적 보상에 대한 접근권이 줄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가사 노동 책임은 더 커지는 복합적 불이익이 누적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더 가혹한 시나리오는 AI 종사 시도가 실패로 끝나는 경우다. 로저스 교수는 "실직과 함께 우울감이 따라오고, 가구 내 한 사람이 정신 건강에 타격을 입으면 다른 한 사람이 자연스럽게 지지자 역할을 맡게 된다"고 말했다. 결국 남편이 AI 분야를 떠나도 가정에는 또 다른 부담이 생긴다는 의미다. 와이어드 필자가 만난 가족치료사 역시 자신의 환자 대부분이 AI 인접 직군의 남편을 둔 여성이며, 경계 없는 노동 시간과 끊임없는 다툼이 관계에 균열을 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부 '슬픈 AI 와이프'는 본인이 AI 분야에서 받은 잡 오퍼를 거절했다고 한다. 자격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아이를 키우면서 동시에 문명을 흔드는 일을 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와이어드는 같은 현상을 다룬 다른 가족치료사들의 인터뷰를 묶으며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테크 와이프가 정말 많다"는 코멘트를 전했다. 최근 틱톡에서는 "매달 3만 달러 적자를 내는 내 남자의 AI 스타트업을 위해 내가 열심히 일한다"는 자막을 단 영상이 돌고 있고, 댓글창에서는 같은 처지의 여성들이 연대를 표시하고 있다고 와이어드는 마무리했다.